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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층의 명품 사랑

2023-12-13

ⓒ YONHAP News
지난 10월에 북한 주민 4명이 귀순했다. 정부의 합동 심문에서 이들은 "너무 배가 고파서 살려고 왔다"고 말했다. 목숨을 걸고 월남을 강행한 이유는 굶주림이었다. 북한 당국은 언론을 통해 풍작 선전에 여념이 없지만, 현실은 다르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 집권 후 일가 모두가 공개 활동을 할 때 명품을 착용하고 있다. 북한 권력층의 명품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북한 권력층의 사치품 사용 동향을 살펴본다. 

김정은 일가의 명품 사랑
요즘 북한 세습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에 김정은 국무 위원장과 동행하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는 지난 1년간 공개 행보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특히 지난 3월 ‘화성-17형’ 시험 발사 참관 때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로 보이는 외투를 입고 등장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9월 러시아 비행기 공장 방문 당시 1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랑스 가방을 들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스위스 명품 브랜드 시계를 애용하고 있다. 2억 원이 넘는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을 비롯해서 모바도(Movado), IWC 등을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부인 리설주 역시 고가의 핸드백과 목걸이,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외교의 사령탑 최선희 외무상 역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타조 가죽 핸드백을 들었다. 지금은 제조되지 않는 희귀 모델로 중고 사이트에서 1만 달러에 판매되는 고가의 제품이다. 
북한과의 사치품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결의 등에 의해 광범위하게 금지돼 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선호하는 스위스 명품도 2016년 스위스 정부가 내놓은 독자 제재안으로 수출이 금지돼 있다.

대북 유입이 금지된 사치품.. 명품 판매하는 평양의 백화점 
사치품 구입 품목은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서기실'이나 최고위층이 직접 선정하고, 친북 성향 국가나 유럽에 파견된 공관원, 상사원들이 직접 반입한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도 명품 조달에 한 몫 한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사치품 수입 규모는 올해 7월 기준 4064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북한의 명품 수요가 김정은 일가를 넘어 신흥 자본가인 돈주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북한 백화점에는 명품 브랜드가 진열돼 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통치자금 담당으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 평양 대성백화점은 사치품을 판매하는 주요 창구다. 스포츠 의류 매장에서는 나이키 신발 등을 판매하고, 북한 조선신보가 지난해 공개한 대성백화점 사진 속에도 샤넬 화장품, 다이슨 청소기 등이 보였다. 이처럼 북한의 백화점에 명품매장이 들어선 건 경제력을 갖춘 이들의 구매 욕구가 상당해졌다는 뜻이다.

돈주를 중심으로 한 과시 소비 등장 
북한 시장의 역사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식량 부족으로 배급제가 붕괴하자,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을 만들었고, 재빨리 시장의 논리에 적응한 이들이 생겼다. ‘돈의 주인’, 즉 ‘돈주’로 불리는 자산가다. 제조업, 서비스업, 무역, 건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부를 축적한 돈주는 휴대전화를 서너 대씩 들고 다니고, 고급 아파트에 산다. 명품이나 사치품은 능력을 보여주는 징표로 북한의 ‘돈주’는 소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반 주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치품 소비를 과시하는 모습은 북한 내 양극화를 낳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권력층이나 시장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의 삶은 다르다. 평양에는 상류층을 위한 일식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다. 바리스타가 만든 각종 커피와 라떼, 스무디, 와플까지! 최신 메뉴를 갖춘 커피숍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북한 권력층의 명품 애용은 관영매체에 자주 노출된다. 
북한은 올해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7월까지 아사(餓死)만 240여 건 발생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과 대조되는 북한 권력층의 명품 사랑. 이는 북한 권력층, 부유층과 주민들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