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포트

한반도 A to Z

한반도 리포트

북한의 선거

2023-12-20

ⓒ YONHAP News
내년 4월 10일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거의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지난 12일 시작됐다. 제22대 총선 레이스가 개막된 것이다.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유독 많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미국을 비롯해 내년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선거가 예정된 나라는 70개국이 넘는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42억 명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북한에도 선거가 있을까? 선거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까?
북한의 선거를 정대진 원주 한라대학교 교수와 살펴본다.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선거다.  
선거는 국민이 자신들을 대표할 사람을 직접 뽑는 것이다. 수십 년간 독재 기반의 정치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에도 선거 제도가 존재한다. 
북한은 명목상 민주주의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 역시 2014년 선거를 통해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김 위원장의 집권 후 처음 치러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북한 주민에 의해 직접 뽑힌 지도자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선거를 통해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인민회의 종류에는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지방의회와 비슷한 개념인 '지방인민회의'가 있다. 즉, 북한의 선거는 지방 선거와 총선거가 있다. 
북한 헌법은 선거 제도를 두고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기초한 비밀투표라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 절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위원회를 조직하고, 조직된 선거위원회는 선거자 명부를 작성해 공시한다. 대의원 후보자는 주민의 직접 추천 혹은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추천으로 이루어지는데 후보자가 추천되면 자격심의를 거쳐 후보자 등록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거가 실시되면 나라 전체가 들썩인다. 
북한 언론은 특집방송과 사설을 통해 주민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 당일 남성은 정장을, 여성은 한복을 입고 투표장으로 향한 주민들은 투표소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명절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방송 매체도 각 지역의 투표장을 찾아 주민들의 인터뷰를 전한다. 

자유로운 선택의 부재 
제도나 절차상으로는 이상한 점이 없는 북한 선거. 하지만 진정한 민주적 선거 제도라고 인정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북한 선거가 가진 문제점은 자유로운 선택의 부재다. 각 당 후보 간 치열한 유세전을 펼치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각 선거구당 한 명의 후보만 출마한다. 당이 정한 한 명의 후보를 놓고 찬성투표만 하는 것이다. 북한방송은 대놓고 찬성투표를 독려하고, 주민들도 찬성표를 던졌다고 방송에서 이야기한다. 그 결과, 북한의 선거는 늘 찬성률 100%로 끝났다. 단 한 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를 하고, 비밀 선거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북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선도 하고 유세도 한 2023년 북한 대의원 선거 
북한이 최근 진행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선과 유세가 있는 선거가 치러졌다. 복수의 대의원 후보 중에서 주민 손으로 단독 입후보자를 뽑게 했고, 최종 후보자는 유권자들을 만나서 자신의 포부와 의지를 밝힐 수 있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선거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주민들의 정치 참여권과 투표권을 부각한 북한은 투표함도 달리 했다.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 다음 날인 11월 27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의 투표 모습을 전했다. 누구에게 찬성표를 던졌는지 보도하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찬성표는 녹색 표시 투표함에, 반대표는 적색 표시 투표함에 각각 투입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투표실 안에 반대 투표함이 마련됨으로써 반대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을 투표자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반대표가 등장했다. 

북한 선거의 변화
북한 선거 제도의 변화가 북한 주민의 정치적 선택권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대의원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당에 대한 충성심 등을 바탕으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정된 선거법을 통해 당이 정한 범위 내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 점은 민심 장악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심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과 조치로서 선거 제도를 변경한 북한. 그 결과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