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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다이어트

2023-07-12

ⓒ Getty Images Bank
추위에 몸을 꽁꽁 싸맸던 겨울과 달리 노출 부위가 늘어나고, 물놀이를 위해 수영복을 입는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그래서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이나 식단조절을 하는 사람이 많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여름! 북한에서도 다이어트를 할까?
오늘은 강미진 NK투자개발 대표와 북한의 다이어트를 살펴본다.

살까기, 혹은 몸까기로 불리는 북한의 다이어트  
노출의 계절, 여름이 찾아오면 1년 365일 진행 중이던 다이어트 계획은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변한다. 최대한 빨리 살을 빼서 여름을 즐기려는 건데 살과의 싸움,  다이어트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에서는 ‘살까기’, ‘몸까기’로 불리는 다이어트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남북 교류가 확대되면서 ‘한류’를 포함한 외부문화의 유입이 가속화됐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몸매와 미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북한 사회가 여성 옷차림으로 권장하지 않았던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 패션쇼에 등장하고, 2014년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 여성들의 다이어트를 돕는 강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통통하고, 건장한 외모를 선호하던 북한으로서는 놀라운 변화였다.
북한 주민은 배가 나온 사람을 ‘간부 배’로 불렀다고 한다. 북한 권력의 원천인 노동당 간부처럼 권위가 있고, 여유로워 보인다는 뜻이다. 
미인상도 마찬가지다. 2012년,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하며 존재를 처음으로 대중에 알린 리설주 여사는 북한의 전통적인 미인이다. 북한은 몸매가 보기 좋을 정도로 통통하고, 얼굴이 동글동글한 동양적인 이미지를 미인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비만을 경계하고 있다. 

이제는 비만을 심각한 문제로 여겨 
사실 북한과 비만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북한 주민의 영양 상태를 생각하면 비만보다는 영양실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지난해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는  낯선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북한 성인의 과체중·비만 비율은 한국보다 높고, 증가세도 급격하다. 북한 성인의 과체중·비만 비율이 2000년 25%에서 15년 사이 12.4%p(포인트) 올랐다.
빠르게 비만이 증가하자 조선중앙TV는 이색적인 만화 영화를 방영했다. 교통안전 교육을 위한 만화 시리즈,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에 비만 학생을 등장시키고, 버스를 타려고 하는 학생에게 하는 대사를 통해 비만을 경고했다. 북한 인민보건사이트에도 침과 뜸, 약재로 비만을 치료하는 의사를 소개했다. 
북한의 비만 실태를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집권을 시작한 2012년, 90kg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은 체중이 급격히 불어났다. 이 때문에 감량을 시도한 김 위원장은 2021년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줄였다. 2021년 국가정보원이 보고한 김 위원장의 체중은 120㎏. 당시의 감량은 북한 주민들에게 회자될 정도였다. 최고 지도자가 감량을 하자 북한도 비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러 매체를 동원해 올바른 식사 습관과 체중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평양 곳곳에 헬스장이 생기고 있다.

다이어트, 양극화의 상징 
‘금릉 운동관’은 현대적인 운동 시설을 갖춘 평양의 대표적인 스포츠 센터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에어로빅과 스쿼시 강사는 다이어트를 돕는 운동 효과를 강조한다.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북한은 북한판 다이어트 콜라도 출시하고 있다. 무설탕 청량음료를 시작으로 여러 영양성분이 들어있어 비만증 예방에 좋은 ‘푸른 인삼씨 원액’, 비만 치료제인 ‘황금방풍비만캡슐약’. 비만탈출에 도움을 주는 건강 제품도 개발하고 있는 북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상류층이 선호하는 식단에서도 확인된다. 건강 식단을 즐기는 북한 상류층은 집에 개인 운동기구를 설치해서 운동하기도 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북한의 다이어트는 북한 인구의 40% 이상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등 식량 양극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