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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아시안게임

2023-08-09

ⓒ YONHAP News
47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하계 아시안게임이 오는 9월 2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막을 올린다. 코로나 19 여파로 1년 미뤄져 치러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걸린 금메달은 483개, 역대 가장 많은 1,180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중국에 이어 종합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도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원과 북한과 아시안게임에 대해 알아본다.

북한, 항정우 아시안게임 참가 유력
그동안 국제무대에 두문불출했던 북한이 침묵을 깨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전망이다. 대회 개막 100일을 앞두고 지난 6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45개 국가와 지역이 모두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힌 만큼 북한의 출전을 공식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국제 종합대회에 복귀하는 것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이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여를 예상하는 목소리는 올 초부터 조금씩 커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2021년 7월 열린 도쿄올림픽에 불참한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자격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 징계가 올해 풀리자 지난 3월, 북한은 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조선중앙TV도, 1970년대 세계 탁구대회를 제패해 ‘탁구 여왕’으로 불렸던 박영순을 비롯한 유명 선수와 지도자를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출전 역사
1974년 제7회 테헤란 아시안게임은 공산권 국가가 대거 참여해 아시안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북한은 금메달 15개로 종합 성적 5위를 차지했다. 이후 1986년 서울, 1994년 히로시마 대회를 제외한 모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총체적 경제위기였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경기력은 달라졌지만 북한이 집중적으로 육성해온 종목은 아시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시대가 열리면서 
양궁, 여자축구, 마라톤, 권투, 기계체조, 태권도 등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승산 종목’으로 새롭게 제시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을 시작한 후 처음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세계신기록 5개를 세웠다. 여자축구는 세계 최강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각별한 대우를 받는 대표 선수들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각별한 대우를 받는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기계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리세광 선수도 집을 선물로 받았다. 선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민체육인 칭호와 함께 내려지는 ‘노력영웅’ 칭호다.
‘노력영웅’은 경제·문화·건설 부문에서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명예 칭호로 정성옥 선수가 받은 ‘공화국 영웅’보다 한 단계 낮지만 리세광 선수도 ‘노력영웅’이 됐다. 이처럼 스포츠 스타가 되면 부와 명예를 얻는다. 
외신들은 북한이 항저우 대회에 약 200명의 선수단을 등록했다고 전하고 있다. 구체적인 참가 종목이나 주요 선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역도, 체조, 레슬링 등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발표한 2022년 ‘10대 최우수 선수’ 명단은 힌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우수 선수로 꼽힌 역도 리성금 선수는 국제대회에 출전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한의 주력 종목은 동시에 한국의 메달밭이기도 하다. 따라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 대결이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의 명장면인 남북의 어우러짐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남북한 단일팀, 성사될까?
아시안게임은 남북이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됨을 모색하는 화합의 장이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은 최초로 공동응원을 했고, 남북 관계가 훈풍을 탔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과 폐회식 때는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여자농구, 카누, 조정 3개 종목에서는 역사적인 남북단일팀도 구성했다. 지구촌에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던 남북 공동입장이나 일부 종목의 단일팀 구성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렇지만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면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커진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 종합대회에 복귀할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파리 올림픽 참가도 시사한 북한이 입장을 계속 유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