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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제품

2023-06-07

ⓒ Getty Images Bank

우유, 분유, 버터, 아이스크림, 치즈, 요구르트, 크림! 가축의 젖을 가공해서 제품화한 유제품은 종류가 많다. 마트에 가도 우유 코너가 따로 있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 역시 쉼 없이 출시된다. 

요즘 북한도 유제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조충희 굿 파머스 연구소장과 북한의 유제품을 살펴본다.


육아 정책 개선 속 유제품 생산 강조

요즘 북한 TV에는 ‘젖제품’으로 불리는 유제품이 자주 등장한다. 북한에서 우유는 일부 계층만 접할 수 있는 귀한 식품이었다. 그런데 지난 해 노동신문은 북한의 전국 모든 도, 시, 군에서 유제품 생산에 성과를 이룩해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즘 북한은 공장이나 기업소(기업) 같은 곳에서도 가축을 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북한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건 주민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특히 젖소 사육을 늘리고, 열량을 높이는 우유 가공도 강조하고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북한의 달라진 육아 정책이다. 

2021년 노동당 전원 회의를 소집한 김정은 위원장은 육아 정책의 개선과 강화를 지시했다. 지난해에도 북한 최고인민회의 전원 찬성으로 ‘육아법’을 채택했다. 육아만을 목적으로 만든 법은 국제적으로도 흔치 않다. 잇따른 육아 정책의 특징은 유제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가 부담해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라고 당부했다. ‘육아법’도 ‘모든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유제품 생산과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NGO 단체(굿 네이버스)로부터 시설을 지원받아 유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평양시 강동군 구빈리 농장은 물론이고, 북한 각지의 가축농장이 유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어린이 식료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평양 어린이 식료품 공장’도 유제품 공급에 힘을 쏟고, 자강도에서는 자체적으로 만든 수백 대의 우유 발효음료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항구 도시인 남포시 역시 유제품 설비를 갖추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젖가루’로 불리는 분유 등 다양한 유제품 생산 

북한에서는 ‘젖가루’로 불리는 분유는 영양성분을 강조해서 알루미늄 통이나 종이 박스, 봉지 포장 형태 등으로 생산된다. 우유도 귤, 포도, 딸기, 복숭아, 참외 등 여러 과일을 첨가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요구르트는 1988년 일본 조총련을 통해 생산 설비를 들여온 뒤 만들기 시작했고 사과, 대추, 팥, 콜라겐, 비타민 요구르트 등 종류를 다양화했다. 지난해에는 강원도에 요구르트 생산 공정도 새롭게 확립했다.


아직은 대중화 되지 않은 유제품

북한의 유제품 종류는 다양해졌지만, 아직 북한에서 만든 유제품이 유통될 정도는 아니다. 유제품을 생산하려면 축산업이 발달해야 한다. 동시에 곡물 사료도 충분해야 한다. 특히 젖소는 초식동물이지만, 풀만으로는 충분한 젖을 얻기가 어렵다. 옥수수나 보리 등의 곡류, 깻묵, 쌀겨처럼 영양분이 풍부한 사료를 균형 있게 줘야 좋은 우유를 생산한다. 그런데 북한은 곡물 사료를 수입하기도 어렵고, 목초지와 경작지도 부족하다. 현실적인 한계로 젖소 사육이 쉽지 않은 북한이 주목하는 가축은 염소다.

염소는 하루에 20~25리터 정도를 생산하는 젖소보다는 생산량이 적다. 그렇지만 풀만 먹고도 잘 자라고, 질병에도 비교적 강한 편이다. 그래서 염소 사육을 권장해온 북한은 영양식품의 무상 공급과 양육조건을 보장하는 ‘육아법’을 제정한 후, 염소를 이용한 유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렇게 공급된 염소 유제품은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인기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염소 유제품보다 북한이 더 일찍,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공급한 것은 두유다. 

북한에서는 두유를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건강식품이라고 부르며, 두유 공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시작된 두유 공급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어졌다. 북한의 탁아소와 유치원, 학교 일과표에는 두유를 공급하는 시간이 있었고, ‘전문 두유공급원’과 ‘두유 공급실’도 따로 뒀다. 두유 운반 차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량도 양보할 만큼 통행에 우선권을 가져서 ‘왕차’로 불릴 정도였다. 지금도 북한은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게 두유에 과일 향을 첨가한 제품을 생산한다. 


어린이 영양 개선을 국가 과제로                    

북한 어린이의 영양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 세계은행이 공동 발표한 ‘2021 아동 영양실조 추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5세 미만 아동의 약 31만 명이 영양결핍에 의한 발육부전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서 북한은 미래 주역인 어린이의 영양 개선을 국가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은 ‘당과 국가의 최 중대 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며 육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제품으로 아이들의 영양을 챙기는 북한의 움직임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