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수용, 인도네시아 방문 무산···우방 관계 균열 가능성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동남아시아 순방을 중단하고 갑작스레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도네시아 정관계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리 부위원장은 31일 저녁 베트남에서 홍콩을 경유해 인도네시아에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이를 취소하고 중국으로 가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동남아 순방을 중단한 이유는 인도네시아 집권여당 투쟁민주당, PDI-P 당수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과 면담이 불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2011년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절친한 사이였고, 김 국방위원장이 숨지기 직전 투쟁민주당 당수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이에 대한 답방 명목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으나, 투쟁민주당 측이 끝까지 면담 성사 여부를 확답하지 않자 방문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리 부위원장은 당 대 당 교류협력을 통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생긴 외교적 고립을 타개할 계기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지만 최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의 인도네시아 국회 방문과 최희철 북한 외무성 아시아 및 오세안주 담당국장의 인도네시아 외교부 방문을 잇달아 거절하는 등 북측과 거리를 둬 왔습니다.
동남아 외교가에서는 리 부위원장의 방문과 관련해 미국이 인도네시아 측에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세안의 한 외교관은 "이는 지난달 21∼22일 말레이시아에서 북한과 미국 전·현직 관리들이 비공식 접촉을 하는 등 대북 대화론이 제기된 데 대응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문차 항공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했으며, 28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18차 세계 공산당·노동당 국제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참석자들과 국제적 고립 타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나,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는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현재 중국 베이징에 있으며, 1일 중 평양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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