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여성피고인들 "말레이, 북한과 타협…우린 희생양"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인질외교'에 사실상 굴복하면서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피고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여성 시티 아이샤(25)의 변호인은 현지시각 11일 기자들을 만나 여성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인 여성 도안 티 흐엉(29)이 'TV쇼 촬영을 위한 장난'이란 북한인 용의자들의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면서 "진짜 범인들은 범행 당일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정황에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달 말 시티 아이샤를 포섭하는 데 관여한 북한인 용의자의 출국을 허용했다면서 "이로 인해 자칫 두 여성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티 아이샤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바탐섬에서 만난 북한 국적자 리지우로부터 몰래카메라 출연을 권유 받은 것을 계기로 김정남 암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리지우는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과 함께 현지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내 억류 자국민 9명을 귀환시키는 조건으로 지난달 30일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기고 이들을 전원 출국시켰습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은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인물인 리지우를 출국시킨 것은 (피고인의) 변론 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오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달리 도안 티 흐엉의 변호인은 사건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사촌 동생 쩐 휘 황(23)은 "온 가족과 베트남 국민 전체가 그녀가 무고하다는 사실을 안다. 진범들이 달아나버려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달 1일 관할 세팡 법원에서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을 김정은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세팡 법원에서는 오는 13일 오전 두 피고인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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