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시 불량국가 낙인…김정남 VX 암살 '결정타'

미국이 2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재지정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일종의 '불량국가'로 낙인 찍는 상징적 효과가 큽니다.
미 국무부는 테러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1978년부터 테러활동에 연루되거나 테러단체를 지원한 국가들을 지정해 각종 압박을 가했습니다.
무기수출통제법과 수출관리법·국제금융기관법·대외원조법·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근거해 제재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이중·삼중 제재 망에 둘러싸인 북한에 대해서는 실질적 제재보다는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취지가 강해 보입니다.
테러지원국 지정은 입법사항이 아니라 행정부의 재량사항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테러지원국 명단에 지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습니다.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으로 테러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간접적인 금융 지원 등을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처음 지정된 것은 1988년 1월입니다.
미 국무부는 1987년 12월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곧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려고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의 굴레를 벗어낸 것은 2008년 10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였습니다.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미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듬해인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까지 연쇄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습니다.
이후로도 미국은 매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했지만,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결정을 보류해왔습니다.
미국 내 기류가 뒤바뀐 결정타는 '김정남 VX암살 사건'이었습니다.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됐고, 대량파괴무기인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17개월간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6월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론에 한층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논의는 본격화했고, 이는 9년만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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