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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애니메이션

2019-11-21

© KBS

오늘부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개봉하면서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전편인 ‘겨울왕국’은 2014년 천만 명이 넘는 국내 관객을 동원하고, 12억 76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달성하는 등 애니메이션 역사에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애니메이션 또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북한의 애니메이션을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와 알아본다. 


북한 애니메이션의 대표작 ‘영리한 너구리’

북한의 애니메이션은 1957년 ‘만화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한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960년대 북한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초기에는 인형 영화나 종이를 오려 만든 수준이었습니다. 북한의 애니메이션이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80년대입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영화 부문을 직접 지도하면서부터 애니메이션도 발전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1년에 20편 넘는 작품을 제작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1987년 첫 편을 제작한 ‘영리한 너구리’는 지금까지 80편이 넘는 시리즈가 이어질 정도로 북한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내용은 주인공인 너구리가 과학지식과 지혜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교육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북한의 애니메이션은 교훈적인 내용, 애국심, 영웅심, 자연에 대한 지식과 공부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높은 제작 수준이다. 

19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은 1초에 8장에서 16장의 그림을 사용한 반면, 북한에서 만든 ‘영리한 너구리’는 미국 디즈니(Disney)사처럼 1초에 24장의 그림을 사용했다. 일찍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북한은 1980년대부터 외국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 하청 업무를 진행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북한 애니메이션

북한 애니메이션의 심장으로 불리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는 1988년, 프랑스 애니메이션 ‘간다라(Gandahar)’를 시작으로 1997년 디즈니의 ‘포카혼타스(Pocahontas)’ TV시리즈, 2007년, ‘심슨 더 무비(The Simpsons Movie)’ 등 미국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에도 참여했다. 

중국 매체 보도에 의하면 총 11개, 내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는 250편 이상의 해외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은 국외 하청 업무를 전담하는 9개의 스튜디오를 통해서 주당 153분 분량의 그림을 완성시킬 정도다. 이외에도 북한미술대학에 3D 그래픽 제작 코스를 개설해서 전문 교육을 하고, 매년, 30명에서 50명 가량의 젊은 직원을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유학을 보내서 3D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배우게 하고 있다.

요즘은 3D가 많이 사용되지만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입니다. 밑그림이 많을수록 생생한 화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제작비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사용된다. 지금도 북한에서 애니메이션은 만화가들의 자부심이 높은 예술 분야이지만, 동시에 수출 상품이기도 하다.


해외 애니메이션 하청 제작 참여  

기술 노동력을 통한 애니메이션 산업의 독특한 구조에 주목한 북한은 인건비가 적게 들면서 높은 수준의 그림을 구현하는 미술 인력을 내세워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의 하청 제작에 참여했다. 

북한은 한국과도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 장편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이 성공을 거둔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남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애니메이션은 가장 먼저 남북이 손잡을 수 있는 분야다.

뛰어난 제작 기법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북한. 만화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남북의 장점이 명확한 만큼 남북 애니메이션 교류는 10년 넘게 단절됐지만 교류가 본격화하면 합작 사업은 어떤 분야보다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