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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북한의 운송 체계

2019-06-06

© KBS

유통과 소비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세계적으로 택배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아마존’은‘24시간 내 배송’서비스에 시동을 걸었고, 호주에서는 하늘에 띄우는 드론을 이용해서 음식과 약품 등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는 배송 로봇이 등장했고, 한국은 자정 전에 주문하면 새벽에 배송되는 등 배송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택배 차량이 활성화되면서 물류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서비차’ 운행이 가져온 변화를 데일리NK 강미진 북한팀장과 알아본다. 


서비차, '서비스'와 '車'의 합성어로 개인 택배차량

과거 북한의 주력 이동수단은 철도였다. 북한은 도로 포장률이 10%에 지나지 않고, 도로 총연장도 남한의 21% 수준에 지나지 않아서 운송을 주로 철도에 기댔다.

그런데 지난 해 4·27 판문점 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편함을 토로한 대로

철도는 주민의 수송과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다. 경제난 속에서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운송 기능을 크게 상실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서비차’다. 서비스와 자동차의 합성어인 ‘서비차’는 북한 내에서 돈을 받고 수송을 해주는 모든 차를 이르는 말로 택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물건을 보낼 때 보내는 사람이 주차장에 가서 원하는 차량에 돈을 지불한 뒤 짐을 싣는다. 그러면 서비차 운전수가 휴대폰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연락을 취하며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안전하게 물건을 실어 나른다.


주민들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긴 경제 형태

1990년대 중반, 경제난으로 주민들이 장사에 나서면서 생겨난 시장경제의 산물인 ‘서비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처음 ‘서비차’는 군부대나 국영 기업소의 자동차로 시작했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운수 수단으로 군부대나 공장 기업소의 자동차를 빌려 쓰는 대신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화물차, 군용차는 물론이고 버스, 밴, 오토바이 등도 활용되면서 ‘서비차’의 운송비가 투명해지고 있다.

‘서비차’는 북한의 시장인 장마당의 소매상과 도매상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때문에 장마당의 성장과 함께 ‘서비차’ 수량이 크게 늘면서 폭리를 취하는 이른바, 바가지 가격으로는 장사를 하기 어려워졌다.


휴대 전화 주문, 어디든 배송

보편화된 북한 주민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한 몫하고 있다.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판매자의 물건 가격 정보를 공유하자 자연스럽게 경쟁이 생기면서 사실상 운송비 평균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비차’ 활성화가 가져온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북한 주민들은 국가기관인 체신국(우체국)을 통해서 물건을 보냈다. 그러나 체신국은 화물 크기와 내용물에 제한이 있고, 배송기간도 오래 걸렸다, ‘서비차’의 등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체신국과 달리 화물의 내용, 크기, 거리 등에 제약이 없어서 최근에는 생선이나 과일같은 신선식품도 ‘서비차’를 이용하면 2-3일 안에 받을 수 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확한 배송이 ‘서비차’ 사업의 생명이 됐고, 서비스를 높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차량에 물건을 싣는 ‘삯벌이꾼’ 채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삯벌이꾼’은 무겁거나 상할 우려가 큰 물건을 바닥에 싣고, 가볍고 파손 위험이 없는 물건들을 켜켜이 쌓아서 택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택배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관련한 신규 직종도 생겨나고 있다. 


북한 물류 혁명의 중심축인 ‘서비차’ 사적 소유 금지..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차량을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북한의 신흥 부유층들이 중국 등지에서 버스와 화물차, 승용차를 수입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개인이 구입한 차량을 국영기업에 등록하고‘서비차’운영한다. 북한 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

‘서비차’를 단속하면 물류운반이 되지 않아서 물가가 오르고, 장마당 물가가 상승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게 된다. 이미‘서비차’는 북한 물류 혁명의 중심축으로 국가가 정상적인 운송수단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통 부문에서도 시장경제 요소가 도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