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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마당 (2)

2019-02-28

© KBS

북한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곳만 400여 곳이 넘는 ‘장마당’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장마당’이 활성화 되면서 서비스 문화가 생기고, ‘돈주’, ‘장마당 세대’라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하는 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장마당’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들을 지난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부소장과 알아본다. 


배달 서비스와 함께 종류도 다양한 장마당

북한에서 ‘장마당’을 이용하는 주민이 전국적으로 하루에 많게는 180만 여명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되면서 상인끼리 경쟁이 생기자,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장마당’에서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판매망이 생겼다. 

또, ‘장마당’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종합시장이라고 부르는 공식 시장 외에도 길거리에 좌판을 벌이고 무허가로 장사를 하는 ‘메뚜기 시장’. ‘골목시장’, ‘야시장’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삶에 밀착되면서 생활 수요의 80~90%를 해결하는 단계에 이르자 ‘장마당’을 움직이는 새로운 자본가 그룹, 이른바 ‘돈주’도 증가하고 있다.


신흥 부유층 ‘돈주’ 등장 

‘돈의 주인’이라는 뜻의 ‘돈주’가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다. 당시 ‘고난의 행군’으로 배급이 중단되고, 국영상점마저 문을 닫게 되자 북한 주민들은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팔기 위해서 ‘장마당’을 형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완을 발휘해서 자본을 축적한 이들을 ‘돈주’라고 하는데. 1990년대 ‘장마당’ 상인으로 출발한 ‘돈주’는 이제, ‘장마당’을 나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돈주’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버스인 ‘써비차’,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바이 택시’ 등 운송업, 고리대금업, 아파트 건설 등 각종 이권사업에 투자해서 부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뒤로 시장화와 사유화경제가 확대되면서 최근 북한 경제의 흐름은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장마당 세대’ 출현

20여 년 전,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장마당’은 거대 자본까지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 이후 출생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의 배급망이 붕괴하면서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세대다. 경제가 어려웠던 1990년대 중반,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으면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취약해진 세대로 알려져 있다.

생존을 위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사를 하면서 학교 대신 ‘장마당’으로 향하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시장 경제를 경험했고, 이념보다는 경제활동에 관심이 많아졌다. 직업을 고를 때도 돈이 우선 순위가 되면서 북한 청년들 사이에는 창업 붐을 일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사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장마당 세대’는 ‘삯벌이’로도 불리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도·소매업이나 일반 서비스업 창업을 주로 하지만 북한 내 인트라넷을 활용한 기술 창업도 하고 있다. 신발부터 전자기기에 이르는 4천 개 이상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어서, 북한의 ‘아마존(Amazon)’으로 불리는 인트라넷 쇼핑몰, ‘만물상’에서 사업을 하는 청년도 있다. 북한의 경제 활동을 바꾸고, 새로운 세대를 낳고 있는 ‘장마당’. 이곳을 통해 북한은 시장 지향형 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시장 경제 없이는 돌아가기 힘든 경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면 개혁, 개방은 물론 남북 경제 협력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북한, 그 중심에 ‘장마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