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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태양절

2019-04-11

© KBS

한국의 4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4월 3일은 제주 4.3사건 추념일, 4월 5일은 식목일,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기념일, 4월 19일은 4.19혁명 기념일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4월은 중요한 달이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4월 15일, ‘태양절’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절’은 어떤 날이고, 북한은 왜 ‘태양절’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과 알아본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날이다. 1912년 4월 15일 만경대에서 태어난 김일성 주석은 50살이 되던 1962년. 자신의 생일을 ‘4.15 명절’로 부르며 기념했고, 1968년부터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김일성 유일지도체계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태양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은 1997년 김일성 주석의 3년상을 치른 후였다. 김일성 주석을 태양에 빗대서 4월 15일을 태양이 솟은 날이라는 의미의 ‘태양절’로 명명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은 태양 민족의 시조, 북한 주민들은 태양의 민족이라고 역설하면서 ‘태양절’을 성대하게 치른다. 


북한 당국, ‘민족 최대의 명절’로 ‘태양절’ 언급 

북한이 공휴일로 지정한 기념일은 연중 19개다. 북한은 이들 기념일 중 설날이나 추석은 민속 명절로,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은 사회주의 명절로 부른다. 이 중 북한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날은 ‘태양절’로 북한 당국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언급한다. 실제로 북한은 전국의 모든 기관과 기업소 단체들이 인공기를 게양하고, 김일성 동상 참배 등 각종 행사를 국가적으로 기념한다. 

‘태양절’ 즈음에 꽃이 피게 개량된 ‘김일성화’. 태양의 꽃, 불멸의 꽃으로도 불리는 ‘김일성화 축전’도 열리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학교 졸업식에서 수여하는 학위 수여식도 ‘태양절’에 진행한다.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 즉, 5년,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에는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북한의 무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대동강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릉라도 경기장에서는 화려한 기념식이 열리는 ‘태양절’은 북한 주민들이 고대하는 날이다. 

북한에서는 ‘태양절’을 맞아 이틀을 쉬고, 태양절 맞이 특별 배급도 이루어진다. 보통 가구별로 육류 0.5∼1kg, 두부 1kg, 술 한 병이 배급되고, 12세 이하 어린이는 옥수수와 밀가루로 만든 과자, 사탕 1kg을 수령 명의로 지급한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체육대회를 진행하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는 주민들에게 ‘태양절’을 가장 좋은 날로 기억하게 하려는 의도다. 


북한 주민에게 ‘태양절’은 고달픈 시기...

‘태양절’은 공휴일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쉴 수가 없다.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고, 선전하는 ‘충성의 노래모임’, 김일성 회고록 암송경연대회 등 다양한 문화, 체육행사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 주민들을 통제하고, 오랜 기간 연습을 반복한다. 또한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을 기념하는 날인만큼,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의 동상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 온갖 정성사업에 동원되고, 동상에 헌화할 꽃도 준비해야 한다. 

열병식이 열리는 해에는 주민들이 열병식 준비에도 동원되기 때문에 ‘태양절이 있는 4월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달픈 시기’로 불린다. 그나마 예전에는 특별 배급을 통해서 민심을 다잡았지만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은 뒤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일본의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해 ‘태양절’에는 특별배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상황이 나빠지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태양절’을 중시한다. 


올해 ‘태양절’ 이후 북한의 행보 주목

북한의 ‘태양절’은 체제 유지의 수단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올해도 태양절 요리축전, 국제 마라톤 대회. 여러 기념행사가 시작되거나 준비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는 정주년이 아니기 때문에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 낮지만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고르기를 한 북한. 이번 ‘태양절’은 향후 북한의 선택을 보여줄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