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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설 새해맞이 풍경

2019-01-03

© YONHAP News

지난 2018년은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기점이 마련된 해였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났고,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평화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특히 북한이 국제 외교무대로 나오면서 은둔의 제국으로 불렸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북 평화, 교류의 시대가 가까운 미래로 다가오길 고대하며 2019년 새해를 맞아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의 설 새해맞이 풍경’을 조명해본다. 


정치 행사로 한 해를 시작하는 북한

한국에서는 새해 첫 순간을 알리는 ‘제야의 종’ 타종 소리가 울리는 1월 1일 0시. 북한 주민들은 정치 행사로 한 해를 시작한다. 기관이나 기업소 단위, 또는 개별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참배하고, 헌화하는 것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동상을 참배한 뒤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낭독 모습을 TV로 시청하거나 라디오로 청취하면서 1월 1일을 보낸다. 


새해맞이 뿐 아니라 명절에 대한 의미 또한 남북이 달라 

한국의 명절은 설, 대보름, 단오, 추석처럼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내온 축일(祝日)이다.

그런데 북한은 민속명절과 각종 기념일, 국경일을 모두, 명절이라고 부른다. 

특히 북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은 사회주의 기념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긴다. 

노동자의 날, 국제아동절과 같은 국제적인 기념일도 북한의 명절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민속 명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1967년, 김일성 주석의 ‘봉건잔재 타파’ 지시에 따라서 양력설을 제외한 모든 민속 명절을 폐지했다. 하지만 1986년, 민족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조선 민족 제일주의’가 제시되면서

1988년에는 추석을, 1989년에는 음력 설과 단오를 공식 휴무일로 지정했다. 


설풍경은 남북이 같아

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서 새 옷을 단정히 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올린 뒤 덕담을 나누는 설 풍경은 남북이 같다.

민속놀이 또한 남북의 구분없이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다양한 전통 놀이를 즐긴다.

다만, 한국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설 인사를 하는데 반해, 북한에서는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가장 큰 차이는 한국과 같은 ‘민족의 대이동’이 없다는 점입니다.


남한과 달리 ‘민족의 대이동’은 없어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여행증명서 발급, 교통 환경의 제약, 90년대 이후부터 겪어왔던 경제난 등으로 인해서 북한은 지역 간 이동이 어렵다. 김정은 시대 들어 1990년대 중반 붕괴되었던 교통 상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원활하지 못하고, 여행증명서 발급도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거주 지역에서 차례를 지낸다. 더구나 북한은 친척, 친지끼리 가까운 곳에 사는 경우가 많아서 장거리 이동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최근 달라진 북한의 설 문화 

북한은 설이 되면 국가 차원에서 식량, 술, 식용유, 사탕, 과자 등을 공급한다. 이렇게 배급받은 음식들을 가지고 과거에는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고, 가족들이 모여서 설 명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지금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노래방, 당구와 같은 유희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제난 이후 자립적으로 생존하는 주민들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북한의 설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설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고단한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설 명절은 모처럼 가족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날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꼽아 기다리는 민족의 명절, 설. 언젠가 남북이 함께 설을 쇠면서 희망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을 기대해본다.